2024년 12월 일본 가나자와에서 한 달간 지내면서 우연히 들어간 가나자와 문학관. 책 표지가 보이도록 전시되어 있는 이 방에서 Ex Libris 뉴스레터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뉴스레터를 만들게 된다면, 소개하는 책들을 인터넷 상에 문학관의 전시실처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Ex Libris 코너안에 HER Bookshelf를 열게 되었습니다. 1년 동안 뉴스레터에 등장하게 되는 책들을 이 곳에서 소개하고 공유할 예정입니다.
상실을 치유하고 망가진 자신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4285킬로미터에 이르는 숲과 산과 사막을 걸었던 이야기. 대단한 깨달음이나 변화가 아니라 걷는 동안의 고생과 외로움에 집중한 덕에 훨씬 더 생생하고 와닿는 용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반한 배우 리즈 위더스푼은 직접 저자에게 연락해 영화 판권을 사서 제작과 주연을 맡았다.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페이지2북스, 2024.
세계 최초로 무보급 단독 남극 횡단에 도전했던 영국의 퇴역 군인 헨리 워슬리의 여정을 논픽션 작가가 담담한 필체로 소개한다. 건조하지만 변화무쌍한 남극의 풍경, 조금만 몸이 젖어도 바로 치명적인 문제가 되는 기후, 힘든 일일수록 투지를 불태우는 남다른 용기. 헨리 워슬리가 존경하다못해 모든 것을 따라하려 했던 탐험가 섀클턴의 이야기도 함께 소개된다. 데이비드 그랜 지음, 박설영 옮김, 프시케의숲, 2020.
동네 산책을 하고 등산을 하다가, 문학 프로그램 참석을 위해 낯선 나라의 거리를 걷다가 무덤 앞에서, 정류장에서, 작은 동네 골목길에서 문득 찾아내고 고민하고 새롭게 생각한 것들을 담았다. 나는 못 보고 다른 사람만이 볼 수 있는 ‘뒷모습’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책에 등장하는 사진은 모두 나희덕 시인이 여행이나 산책을 하며 직접 촬영한 것이다. 나희덕 지음, 달, 2017
“세상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 다녀야 하듯, 마음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 다녀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걷기가 이렇게 ‘위대한’ 행위였나 감탄하게 된다. 걷기의 요소와 우리 몸의 구조, 걷기의 대상이 된 유명한 장소들, 걷기를 소재로 삼은 문학과 예술 작품들, 자유롭게 걷는 것의 사회적 의미… 걷기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총망라한 책이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정아 옮김, 반비, 2017
'소설가들의 소설가'라 불리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12편을 모아놓은 소설집.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작지만 큰 위로의 이야기를 담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다. 간결하고 일상적인 대화가 강조되는 카버의 단편은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에 기반을 두어 공감이 커지는 매력이 있다.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번역, 문학동네, 2014.
남에게는 친절하면서도 자기 비난과 자책에 익숙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왜 스스로에게 불친절하게 구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남으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 있겠지만 결국 나를 위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 문요한 지음, 해냄, 2022.
조직문화와 조직개발 분야의 개척자였던 저자는 자신이 쓴 수십 권의 책 중 이 책을 가장 중요한 책으로 꼽았다. 책을 소개하는 추천사를 쓰며 나는 이 책이 '인간 사이의 도움에 대한 책이지만 동시에 내가 나를 돕는 책'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에드가 샤인 지음, 김희정 옮김, 심심, 2024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성실하게 노력하며 그저 열심히 써보는 것. 글쓰기에 대한 가이드로도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H) 큰 위로가 된 책이다. 이 책의 부제가 '글쓰기와 삶에 대한 약간의 지침'이기 때문일까.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쓰고 싶어지고 잘 살고 싶어진다. 앤 라모트 지음, 최재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8.
물러설 수 없는 운명의 전쟁터에서 일어나는 비극. 살아서 행복을 누릴 것인가, 죽어서 영원한 명예를 누릴 것인가. 전쟁이 일어나기 전 상황이나 '트로이의 목마'를 사용한 계략으로 전쟁을 끝내는 이야기를 생략하고 첫번째 인간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아킬레우스의 고민을 줌심으로 삼았다. 호메로스 지음, 이준석 옮김, 아카넷, 2023
트로이아 전쟁이라는 비극 이후의 세상에서 인간적인 영웅이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찾는 이야기. 전쟁이 끝났지만 포세이돈의 분노를 산 오뒷세우스가 10년 간 바다를 떠돌며 온갖 고난을 겪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을 괴롭히던 이들에게 복수를 하고 마침내 평안을 찾게 된다. 호메로스 지음, 이준석 올김, 아카넷, 2023.
천지 창조부터 올림푸스 신들의 시대를 거쳐 위대한 영웅과 인간이 등장하는 그리스-로마 신화는 물론이고, 트로이아 전쟁과 로마의 건국 신화도 모두 담고 있어서 서양 문화의 상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토마스 불핀치의 < 그리스·로마 신화 > 등 그리스 로마 관련한 많은 책이 이 책을 근간으로 삼는다.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번역, 숲, 2017.
아킬레스의 어머니인 테티스 여신, 오디세우스의 아내인 페넬로페,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 등 전쟁에 놓인 여성 각각의 숙명과 전쟁의 비극과 영광, 용기와 복수라는 관점에서 소설처럼 풀어나가는 이 책은 트로이아 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물해 준다. 나탈리 헤인즈 지음, 홍한별 번역, 돌고래, 2024.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 척척박사가 된 2030세대에게서 힌트를 얻어, 짧은 시간에 재미있게 인류의 고전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해하려면 이 책을 추천! 복잡하기 그지 없는 신들의 계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 이미 이 책을 읽는 목적의 절반은 달성하게 된다. 김재훈 지음, 한빛비즈, 2023.
3주 만나고 3달 만에 결혼한 뒤 20년 넘게 함께 살고 있는 남편과의 생활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 산문집. 결혼에 대한 선부른 조언이 아니라 결혼에 대한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드러내면서 독자들에게 "당신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데?"라는 질문을 던져서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이 바빠진다.
임경선 지음, 토스트, 2021.
결혼은 생생한 현실이다. 좋은 배우자감을 알아보는 방법에서부터 살림과 돈 문제에 이르기까지, 결혼과 관련한 다양한 고민에 대한 작가의 조언이 담긴 책. 문학, 정치,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별한 현실 인식을 보여준 일본의 대중적인 사상가의 에세이. 우치다 다츠루 지음, 박솔바로 옮김, 민들레, 2017
아내와 남편이 아닌 파트너로 50 :50의 균형을 맞춘 평등한 결혼생활이 가능할까? 심리학자 부부가 1960년대 결혼, 자기 커리어의 개발, 자녀 양육 등과 관련해 들려주는 경험담은 2025년에 읽어도 실험적이고 진보적으로 읽힌다. 샌드라 립시츠 뱀 지음, 김은령&김호 옮김, 김영사, 2020.
사회심리학자가 지은 이론서여서 다소 딱딱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이나 이미 결혼한 사람들 모두에게 대인관계와 결혼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생각거리를 선사해준다. 엘리 J 핀켈 지음, 허청아, 정삼기 옮김, 지식여행, 2019
혼자서 독립적으로 나이들어가는 여성의 삶에 대해 깊이있게 관찰하고, 인터뷰하여 쓴 책. '에이징 솔로'가 어떻게 충분히 아름다운 삶이 될 수 있는지 그 모습과 가능성, 새로운 레퍼런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실적이면서도 정확한 분석과 제안 덕에 솔로 생활에 대한 좋은 가이드를 얻은 듯 든든하다. 김희경 지음, 동아시아. 2023.
아직도 결혼을 두 집안의 만남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한다. 누군가의 며느리나 사위가 되기 위해 결혼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적 결혼 방식의 폐해를 극복하는 과정을 절실하게 적은 이 책의 영향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는 주위의 여성이 결혼할 때 축하카드에 종종 이렇게 적곤 한다. "좋은 며느리가 되려고 애쓰지 마세요!” 영주 지음, 푸른숲, 2020.
책의 부제가 보여주듯 "나이의 편견을 깨고 독립적인 삶을 꿈꾸는 여성"을 위한 응원을 가득 담은 책이다. 전 세계 곳곳의 흥미로운 사례를 찾아 그래픽 디자이너로 유명한 저자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이들에게서 받은 영감을 정리해 소개했다. 리사 콩던 지음, 박찬원 옮김, 아트북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