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2012년이었습니다. 둘이 한달 간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휴가를 가게 된 거죠. 페이스북에 ‘HER Report’라는 계정을 열고 여행의 기록을 남겼습니다(Hoh와 Eunryoung의 영문 이니셜에서 가져왔습니다).
미슐랭 2스타 세프의 주방 구경, 프란시스코 수도회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 투숙기, ‘Farm to Table’의 선구자인 앨리스 워터스와 대화... 먹고 마시고 돌아다니며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중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될 것들을 잘 정리해 공유하면 그저 흥청망청 시간과 돈 쓰는 일을 넘어 우리 인생에 나름의 의미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마흔 살 되던 해에 과감하게 퇴사 후 자신의 회사인 THE LAB h를 차린 h와 달리, 저는 기자로, 편집장으로, 본부장과 부사장으로 일하며 한참 더 직장을 다녔고 드디어 2024년 5월에 퇴사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자 사람들은 뭘 할 거냐고 물었습니다. 한 마디로 대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오래 잡지를 만들었겠어요.^^ 저는 산만하고 싫증도 잘 내는 편입니다. 책과 음악과 영화, 건축과 디자인과 패션, 음식과 술과 여행, 비즈니스 트렌드와 돈 벌기... 그야말로 세상 온갖 일이 전방위적으로 다 궁금하고 다 재미있기 때문에 잡지 기자는, 말하자면 저의 천직이었습니다.
그래서 ‘HER Report’를 시작합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잡지를 만들다가 이제 혼자서 새로운 ‘잡지’를 만드는 셈이지요. 일하며 여러 가지 타이틀로 불렸지만 가장 좋아하는 타이틀은 ‘에디터’입니다. 잡지 기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에디팅’이라고 믿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재구축해 우리가 일하고 살아가는 데 도움되는 여러 가지 일을 해보려 합니다.
“Still Wondering”, 먹고 마시고 여행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일을 여기서 나눠 보겠습니다.
by HER Report 김은령